옴니콤이 IPG 인수를 공식 마무리하고, “세계 최대 광고 지주사”로 재탄생했다. 하지만 그 팽창 이면에는, 합병에 따른 대대적인 구조조정이라는 후폭풍이 동반되고 있다.
이번 인수는 2024년 12월 처음 발표된 이후, 미국과 유럽 규제 당국의 승인을 거쳐 최종 완료되었다. 합병 직후 옴니콤은 IPG를 품에 안은 거대 조직의 청사진을 공개했으며, 크리에이티브와 미디어 역량을 결합한 새로운 글로벌 네트워크 체제를 가동하기로 했다.
그러나 동시에 옴니콤은 인수 직후, 전 세계적으로 약 4,000명 규모의 감원을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수치는 지난해 말 옴니콤이 자체적으로 감축했던 약 3,000명, 그리고 IPG가 2025년 들어 이미 3,200명 정도를 줄였던 것을 합친 “인수 후 구조조정의 완결”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ADweek의 보도에 따르면, 옴니콤 경영진은 이 구조조정의 상당 부분이 ‘백오피스’에 해당하는 관리·운영직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라 밝혔고,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 ‘클라이언트팀’은 최대한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CEO John Wren은 “우리는 여전히 에이전시 브랜드를 믿는다. 다만 내부 실무 체계를 재정비하고, 역량과 자원을 통합해 더 민첩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 조직 구조에서, 기존 유명한 크리에이티브 네트워크였던 DDB, FCB, MullenLowe 등은 사라질 예정이다. 옴니콤 측은 2026년 상반기를 기점으로 이들 브랜드의 공식적인 운영 종료를 계획하고 있다. 대신 앞으로는 BBDO, TBWA, McCann 이렇게 세 개의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네트워크만을 중심으로 대체 운영한다는 것이다.
미디어 에이전시 부문에서는 총 여섯 개의 글로벌 미디어 네트워크(OMD, PHD, Hearts & Science, Initiative, UM, Mediahub)를 유지하며, 데이터·테크놀로지 기반을 앞세운 통합 미디어 역량 강화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옴니콤은 이번 통합을 통해 연간 약 7억 5천만 달러의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해 왔으며, 내부에서는 이 수치가 채무 조정과 운영 효율화, 기술 인프라 통합 등을 통해 더 커질 수 있다는 언급도 나왔다.
그렇지만 일각에서는 우려도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클라이언트 충돌 문제(client conflicts)”가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옴니콤은 이미 IPG와의 합병으로 사업 포트폴리오가 대폭 확장된 만큼, 전통적으로 경쟁 관계였던 브랜드들 — 예: 통신사, 보험사 등 — 을 동시에 클라이언트로 두게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브랜드의 이익을 우선할 것인가가 앞으로의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옴니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조직 내에서 ‘클라이언트 전담 리더(Client Success Leaders)’를 임명해, 통합된 역량 안에서 고객 맞춤 대응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제 옴니콤-IPG는 단순한 인수·합병을 넘어, 광고 산업의 판을 다시 쓰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데이터와 테크놀로지, AI를 중심으로 고객에게 통합 제안을 하는 구조로 재편함으로써, 과거 ‘에이전시 중심’ 시대보다 훨씬 ‘플랫폼 중심’인 광고 시장으로의 전환을 선언한 셈이다. 그 대가로 수천 명의 인력이 희생되었지만, 옴니콤은 이를 “탈(脫) 실루(비즈니스 부문 구획)와 민첩한 실행력을 위한 필수 선택”이라고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