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디지털 생태계는 기술적 혁신과 소비자 행태 변화가 결합하며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재편되고 있다.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글로벌 기업 IMG는 최근 발표한 Digital Trends 2026 보고서를 통해 이러한 변화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보고서는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전환의 시기에서 기업과 브랜드가 어떤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한다. 특히 팬덤 경제, 콘텐츠 플랫폼의 분화, 인공지능 기반의 구매 행동, 지역성(Localisation)의 재부상, Z세대 이후 세대인 알파세대의 소비 코드 등 전방위적 트렌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음을 강조한다. 디지털 환경의 변화는 단일한 기술로 설명될 수 없으며, 문화적 변화와 소비자 가치관의 이동, 그리고 산업 구조의 장기적 변화가 함께 작용하는 거대한 흐름이라는 점을 IMG는 명확하게 보여준다.
보고서에서 가장 강하게 부각되는 주제는 ‘진정성(Authenticity)’의 가치가 다시 중심이 된다는 점이다. 소비자는 더 이상 잘 포장된 브랜드 메시지나 표면적인 사회적 책임 캠페인에 감동하지 않는다. 오히려 태생적 맥락과 브랜드의 정체성을 명확히 보여주는 콘텐츠와 경험에 반응하며, 이것이 브랜드와 소비자 관계의 핵심이 되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들이 과거처럼 일률적인 글로벌 템플릿을 채택하고 시장별로 약간씩 변형하는 방식은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으며, 지역의 문화적 맥락·언어·정서·현지의 창작자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정통(local-first) 전략’이 성과를 낸다고 IMG는 분석한다. 특히 ‘Authentic Localisation’이라는 개념은 단순 번역이나 현지화된 모델 기용을 넘어, 브랜드가 현지 문화를 스토리텔링의 중심 축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는 단순 캠페인의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 브랜드 구축 방식의 변화이며, 콘텐츠 제작 과정의 구조 자체가 재편되는 흐름이기도 하다.
콘텐츠는 갈수록 짧아지고, 개인화되며, 플랫폼 간의 경계는 흐려지고 있다. 짧은 영상 콘텐츠의 성장이 계속되고 있지만, 단순히 짧다는 이유만으로 소비자의 시간을 얻을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IMG는 소비자는 목적 없는 ‘스낵형 콘텐츠’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더 깊은 주제와 연결된 이야기, 창작자의 개성과 경험이 담긴 콘텐츠에 더 많은 시간을 쓴다고 강조한다. 그 결과 유튜브, 넷플릭스, 애마존 프라임 비디오, 틱톡 등의 플랫폼은 서로 다른 포지션을 취하며 공존하기보다는 점차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유튜브는 숏폼·롱폼·라이브·CTV 시청을 모두 흡수하는 복합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고, 틱톡은 커머스와 검색 기능을 강화하며 소비자의 시작점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이 같은 플랫폼 확장은 단순한 기능 경쟁이 아니라 ‘소비자의 시간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한 구조적 경쟁이며, 2026년에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에서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아마존 생태계(Amazon Ecosystem)의 성장이다. 아마존은 커머스, 콘텐츠, 광고, 디바이스를 하나의 수직적 생태계로 결합하며 전 세계 디지털 소비를 주도하고 있다. IMG는 “아마존은 이제 플랫폼이 아니라 하나의 세계(View of the world)”라고 표현하며, 브랜드가 아마존의 알고리즘과 데이터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미래의 커머스 경쟁에서 뒤처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아마존의 CTV 서비스인 Freevee, 프라임 비디오 광고, 자체 브랜드 미디어 네트워크, 검색 광고, 오디언스 데이터가 모두 연결되면서, 브랜드는 단일 플랫폼 안에서 인지도·고려·전환·리텐션을 하나의 경로로 구축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모델은 한국의 쿠팡, 네이버, 카카오가 추구하는 커머스-콘텐츠-광고 통합 전략과도 깊게 맞물려 있어 국내 시장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또한 보고서는 Gen Alpha, 즉 알파세대의 부상을 매우 중요한 변화로 꼽는다. 이들은 디지털 네이티브인 Z세대보다도 한 단계 더 나아간 초연결 세대로, 물리적 세계와 디지털 세계를 구분하지 않는다. 게임 플랫폼(로블록스, 포트나이트)이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사회적 공간이 되고, 브랜드는 그 안에서 경험을 설계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알파세대는 브랜드의 메시지보다 ‘참여할 만한 세계’를 원하며, 브랜드 아이덴티티 역시 콘텐츠가 아니라 세계관의 형태로 제시될 때 더 높은 반응을 보인다. IMG는 “알파세대가 가장 신뢰하는 것은 직접 참여하고 탐험한 경험”이라고 언급하며, 브랜드가 구축해야 할 경쟁력은 결국 ‘경험의 설계 능력’이라고 분석한다.
인공지능은 2026년 디지털 트렌드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동력으로 꼽힌다. 생성형 AI는 콘텐츠 제작 비용을 줄이는 단순한 도구를 넘어, 소비자 행동 자체를 바꾸는 기술이 되고 있다. 특히 검색보다 ‘AI 기반 추천’으로 콘텐츠·상품·서비스를 발견하는 비율이 크게 늘고 있으며, 이는 소비자가 접하는 정보의 경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브랜드가 SEO 중심의 전략만으로는 생존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AI는 사용자의 취향·과거 행동·콘텐츠 맥락을 학습해 개인별로 최적화된 추천을 제공하고, 사용자는 이러한 추천을 신뢰하며 구매 행동을 결정한다. 따라서 2026년의 마케팅은 ‘브랜드가 무엇을 말하느냐’보다 ‘AI가 브랜드를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된다. 이는 검색 엔진, 소셜 피드, 커머스 플랫폼, 스트리밍 서비스 모두에서 동일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스포츠 산업 역시 예외가 아니다. IMG는 글로벌 스포츠 팬덤이 디지털 경험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팬들은 더 이상 경기만 소비하지 않는다. 선수의 개인 콘텐츠, 무대 뒤 이야기, 실시간 소통, 짧은 하이라이트 등 다층적 경험을 요구하며, 이러한 수요가 스포츠 미디어 생태계의 경쟁 구도를 바꾸고 있다. 특히 2026년 북미 월드컵을 기점으로 세계적인 스포츠 상품의 디지털 소비는 전례 없는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이며, 브랜드는 팬덤 커뮤니티 안에서 자연스럽게 발견될 수 있는 경험 설계가 필요하다. IMG는 스포츠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커뮤니티 기반 플랫폼’으로 재정의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커머스 시장에서는 가격 중심의 경쟁이 약화되고 ‘가치 기반 소비’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소비자는 자신이 지지하는 브랜드의 가치, 윤리, 지속가능성, 그리고 실제 행동을 기준으로 구매를 결정한다. 특히 MZ세대와 알파세대는 단순한 브랜드 이미지보다 브랜드가 사회적 주제에 어떻게 참여하고 있는지, 그 과정이 얼마나 투명한지를 중요하게 본다. IMG는 “2030년까지 가치를 무시한 브랜드는 소비자의 선택에서 자연스럽게 탈락한다”고 분석한다.
결국 IMG Digital Trends 2026은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 환경에서 브랜드가 선택해야 할 길을 명확하게 제시한다. 기술, 플랫폼, 소비자 세대가 바뀌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으며, 브랜드는 기존의 정형화된 방식으로는 더 이상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 소비자는 자신이 소비하는 브랜드가 무엇을 말하는지뿐 아니라 어떤 세계를 보여주고 어떤 맥락 안에서 함께하고 있는지를 본다. 진정성과 맥락, 지역성, 참여 경험, AI 기반 발견 구조, 다양한 콘텐츠 플랫폼의 확장성, 그리고 세대별 가치관 변화가 2026년 디지털 마케팅의 핵심 경쟁력이 된다. 이 변화는 특정 산업에 국한되지 않으며, 모든 브랜드가 직면한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