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가 인플루언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때, 단순한 팔로워 수나 화제성만으로 결정을 내리던 시대는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브랜드가 “보이는” 영향력에 기대는 것도 현실이다. 그런 가운데, 영국의 인기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Love Island> 출신 인플루언서들이 마케팅 업계에서 어떤 위치를 점하고 있는지를 두고는 끊임없는 논의가 이어진다.
Goat의 최근 팟캐스트 에피소드는 이와 같은 논의의 한복판에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Love Island 출신 인플루언서가 정말로 브랜드에 가치를 더하고 있는가?” “리얼리티 스타는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적합한가?” “Z세대와 밀레니얼 소비자들은 여전히 이들을 진정성 있게 받아들이는가?”
본 기사는 해당 에피소드의 주요 내용을 바탕으로, 리얼리티 TV 기반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명암을 짚고, 브랜드가 이들과 협업할 때 고려해야 할 요소들을 심층 분석한다.

브랜드와 인플루언서, ‘적합성’이라는 핵심 변수
이번 팟캐스트에서 가장 먼저 강조된 것은 ‘브랜드-인플루언서 적합성(fit)’에 대한 이야기였다. 단순히 유명하다는 이유만으로 섭외하는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실제로 Goat 팀은 캠페인 설계 시 해당 인플루언서가 브랜드에 대해 충분한 이해를 갖고 있는지, 실제로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지를 사전 인터뷰와 매니지먼트 조율을 통해 꼼꼼히 확인한다고 밝혔다.
예컨대, Unilever와 Molly-Mae(전 Love Island 출연자)의 협업 사례는 이러한 사전 검토가 잘 이루어진 대표적 케이스다. 제품에 대한 실제 사용 경험, 콘텐츠 제작 시의 자연스러운 태도, 팔로워와의 신뢰 기반—all of these—가 잘 맞물리며 캠페인 성과로 이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브랜드는 Love Island 출신 인플루언서에 대해 ‘스포트라이트만 받고 실속은 없다’는 회의적인 시선을 갖고 있기도 하다. 이때 핵심은 성과 지표다. Goat 팀은 “단가 기준 클릭 비용(CPC), 참여당 비용(CPE) 등이 더 낮게 나타났다는 과거 캠페인 데이터가 있다면, 회의론자들도 납득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셀럽성과 콘텐츠 소화력의 이면
리얼리티 스타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는 ‘카메라 앞에서의 존재감’이다. 팟캐스트에서는 Love Island 출신 인물들의 ‘셀럽성’을 언급하며, 그들이 현장에서도 강한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존재임을 인정했다. “그들을 직접 촬영해 보면, 왜 카메라 앞에서 빛나는지 이해할 수 있다”는 고백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이는 브랜드에게 실질적인 장점이 될 수 있다. 영상 콘텐츠의 품질은 곧 브랜드 인식과 직결되며, 짧은 촬영 시간 안에 몰입도 높은 결과물을 도출해야 하는 광고 제작 환경에서 ‘즉시성과 표현력’은 큰 무기다.
그러나, 이러한 매력도 일정한 한계를 내포한다. 일부 출연자는 방송 이후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며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고, 때로는 극심한 정체성 혼란과 심리적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는 브랜드 입장에서 장기적인 파트너십 전략을 세울 때 리스크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리얼리티 기반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윤리적 과제
<Love Island>는 단지 ‘인기 프로그램’이 아니라, 사회문화적 영향력 또한 적지 않은 플랫폼이다. 이와 관련해 이번 팟캐스트에서는 외모 중심의 캐스팅 구조, 극단적인 체형 기준, 꾸며진 ‘현실’이 청소년 시청자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 등을 조명하며, 마케팅 윤리와의 접점을 논의했다.
출연자의 외모가 지나치게 이상화되어 있는 현실, 매일 3시간씩 메이크업과 스타일링을 하는 비현실적인 일상, 그리고 밤마다 주어지는 0% 알코올 파티—이 모든 것이 ‘진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진짜처럼 소비자에게 전달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Goat 팀은 “이런 과장을 소비자가 인지하느냐의 여부가 브랜드 책임과 맞닿아 있다”며 “우리는 나이가 들어 이 장면들이 ‘쇼’라는 걸 알지만, 10대는 그렇지 않다”고 우려를 표했다.
브랜드가 인플루언서를 통해 메시지를 전할 때, 그 메시지가 어떤 사회적 맥락에서 소비되고 있는지에 대한 고려는 필수적이다. 단순히 팔로워 숫자나 도달률만으로 판단하기엔 시대가 달라졌다.
Z세대가 원하는 남성상, 그리고 긍정적인 변화의 조짐
이번 시즌에서는 긍정적인 변화도 감지된다. 특히, 기존의 남성성에서 벗어나 존중과 배려를 보여준 참가자 ‘Cash’가 시청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이는 브랜드가 남성 인플루언서를 선정할 때, 단순한 외모나 유머감각이 아닌 ‘가치 기반 행동’을 주목해야 함을 시사한다.
반면, 여성을 반복적으로 무시하거나 조롱하는 참가자 ‘Harry’가 후배 출연자에게 “나처럼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장면은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다행히 후배는 “나는 당신처럼 되고 싶지 않다”고 말하며 단호하게 선을 그었고, 이는 많은 시청자에게 울림을 주었다.
이러한 사례는 브랜드가 인플루언서를 선정할 때 ‘팔로워 수’보다 ‘행동의 지속성’과 ‘공공 이미지’를 더욱 철저히 검증해야 하는 시대가 왔음을 보여준다.
Love Island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득인가 실인가
팟캐스트 마지막에서는 Love Island 인플루언서들이 마케팅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각자의 입장을 공유했다. 한 명은 “부정적 영향이 더 크다”고 단언했다. 이유는 분명하다. 수년간 SNS에서 꾸준히 콘텐츠를 제작해온 진성 인플루언서들이 Love Island 출신 스타들에게 기회를 빼앗기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이런 리얼리티 스타는 어차피 존재할 수밖에 없으며, 중요한 것은 브랜드가 이들을 활용할 때 얼마나 전략적으로 접근하느냐는 점이다. “결국 예산이 계속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유입되는 한, 모두에게 기회는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함께 제시됐다.
또한, 최근 들어 브랜드들이 다시 마이크로 인플루언서, 나노 인플루언서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는 점은 새로운 균형점을 찾고 있는 산업의 흐름을 보여준다. 대형 인플루언서의 도달률보다는 타깃 커뮤니티와의 정서적 연결이 더 중요해진 시대. 이제는 ‘누가 더 유명한가’가 아니라, ‘누가 더 신뢰받는가’가 핵심이다.
브랜드는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가
Love Island는 단순한 예능 프로그램이 아니다. 그 출신 인물들이 마케팅 판도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하지만 그만큼 브랜드는 더 큰 책임과 전략적 사고를 요구받는다.
- 인플루언서의 진정성은 일회성이 아니라 행동의 누적에서 비롯된다.
- 브랜드는 미디어의 윤리적 환경까지 고려해야 한다.
- 팔로워 수보다 중요한 것은 커뮤니티와의 관계, 그리고 콘텐츠에서 드러나는 태도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리얼리티 스타가 SNS를 통해 브랜드의 얼굴이 되길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정말로 브랜드의 가치를 높일 수 있을지, 아니면 잠시의 반짝임에 그칠지는 철저한 검토와 전략 수립에 달려 있다.
※ 본 기사는 Goat의 팟캐스트 <I GOT A TEXT!! The Impact of Love Island on the Influencer Industry | Overherd on Social>의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https://youtu.be/dnYPBqqK6l4?si=mNhXLVUCGIz47yC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