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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김장하, 그리고 진짜 ‘어른’의 얼굴을 마주하며


넷플릭스를 켜자 낯익은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놀랍게도, 지방 공영방송 MBC경남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가 넷플릭스 대한민국 TOP10 시리즈에 7위로 올라와 있었다. 화려한 제작비도, 셀럽도, 자극적인 이슈도 없는 이 다큐멘터리가 많은 사람들 속에서 조용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을 보고 마음이 뭉클해졌다. 나는 이 결과가 그저 순위 하나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느꼈다.

《어른 김장하》는 평생을 진주라는 지역에 뿌리내리고, 묵묵히 사회에 헌신한 한 인물의 삶을 조명한다. 김장하 선생은 한약방을 운영하며 번 수익을 바탕으로 학교를 세우고, 국가에 헌납하고, 1,000명이 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했다. 그가 직접 키운 이들 중에는 현직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인 문형배 판사도 있다. 그 어떤 대가도, 명예도 바라지 않고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는 자세로 일관한 그의 삶은 말 그대로 ‘어른’의 본보기가 아닐까 싶다.

나는 요즘 사회에서 ‘어른’이라는 말이 점점 무색해지고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권위를 휘두르는 이들이 ‘꼰대’로 불리고, 책임보다 이익을 우선시하는 분위기 속에서 진정한 어른의 역할은 희미해지고 있다. 그런데 김장하 선생의 삶은 그런 시대적 흐름에 정면으로 반하는 고요한 반향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반향이 넷플릭스라는 거대한 플랫폼 속에서도 통했다는 사실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어쩌면 이번 역주행은 우연이 아닌지도 모른다. 최근 사회적 이슈 속에서 문형배 권한대행이 주목받으며 자연스럽게 그를 키운 김장하 선생에게 관심이 이어졌고, 그 다큐멘터리가 사람들에게 재조명된 것이다. 하지만 단순한 뉴스성 소비로 그치지 않고, ‘보고 나서 잊을 수 없는 감동’으로 확산된 것은 다큐멘터리 자체가 지닌 진정성과 깊이 덕분일 것이다.

이번 사례는 지방 공영방송 콘텐츠도 충분히 전국적, 나아가 글로벌 플랫폼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준 중요한 이정표이기도 하다. 자극보다 울림, 드라마보다 진실이 사람들에게 더 깊이 스며든다는 것을 다시금 일깨워 준다.

《어른 김장하》를 보고 나니, ‘좋은 콘텐츠란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라는 진리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반드시 대도시에서 시작될 필요는 없다는 점에서, 지역의 소중한 기록들이 얼마나 큰 가치를 지닐 수 있는지 되새기게 된다.

넷플릭스의 순위 속에서 반짝인 이 다큐멘터리는 단순한 콘텐츠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잊고 있었던 어른의 얼굴을 다시 보여주는 작은 사회적 운동이 아닐까. 나는 이 흐름이 오래도록 이어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더 많은 김장하 선생을 발견하고, 그들의 삶을 기억하는 문화가 퍼져 나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