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레버(Unilever)가 광고 예산의 절반을 소셜 미디어에 집중 투자하고, 기존 대비 20배 더 많은 인플루언서와 협업하는 ‘인플루언서 퍼스트’ 전략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는 이달 초 새롭게 취임한 페르난도 페르난데스(Fernando Fernandez) CEO의 첫 번째 주요 결정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유니레버의 인플루언서 마케팅 강화 전략
현재 유니레버의 전체 광고비 중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30% 수준이지만, 이를 5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페르난데스 CEO는 인플루언서 중심 전략이 기존 기업 메시지에 회의적인 소비자들에게 더 높은 신뢰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페르난데스는 "인도에는 19,000개의 우편번호가 있고, 브라질에는 5,764개의 지방 자치구가 있다. 나는 각 지역에 한 명의 인플루언서를 배치하고 싶다"고 언급하며,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초지역(Local) 맞춤형 마케팅 전략을 추진할 의지를 밝혔다.
글로벌 트렌드와 유니레버의 시장 성장 목표
유니레버의 이번 결정은 글로벌 광고 시장에서 인플루언서 중심 마케팅이 확대되는 흐름과 맞물려 있다. 미국 마케팅 업계는 2025년까지 100억 달러 이상을 인플루언서 스폰서 콘텐츠에 지출할 것으로 예상되며, 마케터의 86%가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니레버의 이번 변화는 단순한 트렌드 반영이 아닌, 성장 둔화를 타개하려는 전략적 선택이기도 하다. 유니레버의 2024년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 증가했으나, 예상치인 4.1%에는 미치지 못했다. 또한 연간 기초 매출 성장률은 4.2%로, 기대치였던 4.3%를 소폭 하회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대폭 강화하는 것은 이러한 둔화된 성장세를 반등시키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과제와 리스크: 대규모 인플루언서 관리의 어려움
그러나 유니레버의 인플루언서 투자 확대에는 관리와 측정의 어려움이라는 도전 과제가 따른다.
Kantar의 제인 오슬러(Jane Ostler)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했지만, 여전히 측정이 미성숙한 분야"라며, "유니레버의 전략 변화는 방대한 관리 역량과 전문성을 요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브랜드는 일반적으로 인플루언서의 콘텐츠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력이 약한 편이며, 소수의 인플루언서와 협업할 때는 이러한 리스크가 크지 않지만, 유니레버처럼 수천 명의 인플루언서를 운영하는 경우 일관된 브랜드 메시지를 유지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부적절한 콘텐츠가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인플루언서와 소비자 간의 신뢰가 깨지면 기업에도 부정적인 여파를 미칠 가능성이 크다.
전망: 효과적인 실행이 관건
유니레버의 인플루언서 마케팅 확대 전략은 올바르게 실행될 경우 긍정적인 결과를 낼 수 있지만, 이는 각 인플루언서와 그들의 타깃 오디언스를 깊이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에 달려 있다. 수천 명의 인플루언서를 운영하면서 브랜드 포트폴리오 전체를 일관성 있게 유지하는 것은 상당한 도전이 될 것이다.
또한 광고 전략을 인플루언서 중심으로 집중하는 것은 유니레버 같은 대형 기업에게도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강력한 성과를 보일 수 있지만, 다른 마케팅 채널과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니레버가 이번 전략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지, 그리고 업계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