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직장으로 옮긴지 벌써 2년이 지났다.
군대에 있을 때에는 그 시간이 10년처럼 느껴졌는데 사회에서는 '벌써?'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빨리 지나갔다.
입사 2주년이 됐다고 동료들과 술 자리를 가졌다.
그런데 갑자기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내겐 2년을 버텼다고, 즐겁게 축하할 자리지만, 어느 누군가에게는 2년이 되었기 때문에 직장을 잃는 슬픈 날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게 내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느 것을...
법적으로 비정규직으로 2년 이상을 일하게 되면, 정규직으로 전환을 하게끔 되어 있다.
그 법의 취지는 노동의 유연성과 일자리의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함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시장의 상황에 따라 단기적으로 계약을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해당 포지션이 2년 이상 필요할 경우 그 포지션은 상시적으로 그 기업체에 필요한 일자리라고 판단을 하기 때문에 정규직으로 고용하라는 취지이다.
그런데 실상은 2년이 되면 해당 직원을 자르고 새로운 사람을 고용한다.
즉, 이 말은 특정 일자리, 직군은 아예 정규직 자리가 없다는 뜻이다.
기업이라는 조직은 이윤 창출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직이다. 그 이윤 창출의 방법이 사회적인 합의인 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움직여야 한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는 차치하고서라도, 이런 형태의 특정 직군에 대한 100% 비정규직화가 정말로 기업 입장에서 긍정적인 측면인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실 2년 정도 특정 일을 한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그 업무에 숙력된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숙련된 직원이 2년 만에 완전히 새로운 사람으로 바뀌어야 한다면 기업체 입장에서도 손해가 아닐까?
그 업무 직군이 단순 노동일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 문제는 급여 인상, 처우 문제는 해당 일을 담당하고 있는 당사자, 즉 노동자의 선택의 여지를 두는게 올바른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가령 예를들어, 특정 업무가 특별한 기술을 요하지 않고 크게 부가 가치를 창출하지 못할 경우 당연히 급여 인상의 폭은 적을 것이며, 승진 문제에 있어서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다음 문제는 그 일을 하는 사람의 의사 결정이 중요한 것이다. 더 나은 처우,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옮길 것인가, 아니면 평생 제한된 임금을 받고 제한된 처우를 받고 살 것이가.
그런데 실상은 그 일을 하는 사람에게 선택권을 주지 않는다. 낮은 급여에, 승진의 기회가 없는 일을 지속적으로 하고 싶더라도, 비정규직이라면 2년이면 그만 둬야 한다.
최근 이런 문제 의식이 정치권에서도 있었다. 그런데 그 해법이 2년의 기간을 4년으로 연장하는 것이었다. 이런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가하다. 상근 직원이 필요하다면 그 직군은 정규직을 쓰는게 합당하다. 적어도 기업체에 불합리한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는 이런 불합리한 점은 개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혹자들은 비정규직은 인생의 준비 단계에서, 혹은 사회 초년생의 단계에서 남들보다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들 한다. 그렇게 따지만다면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은, 혹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은 수능 전국 1위 출신이 해야하지 않는가?
이게 말도 되지 않는다는 것은 사회 생활을 조금이라도 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사회 구조적으로 내가 하고싶은 일이 아예 정규직 자리가 없다면 어떻게 되는가?
2004년 KTX가 개통되기 직전, KTX 객차 승무원을 모집할 때 쟁쟁한 경력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런데 결국 이들은 직접 고용형태가 아니었다. 즉, 코레일에서 객차승무원은 여객 전무가 아니라면 아예 정규직 자리가 없다는 것이었다.(하지만 이들이 코레일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파업을 했을 때에는 코레일 공채와 형평성의 문제가 있다며 반대 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도대체 이들이 뼈빠지게 공채를 준비한 누구의 밥그릇을 빼었단 말인가? 아예 그 보직 자체가 정규직이 없는 것을)
이렇게 예외적인 상황을 용인할 때, 결국은 이 세상의 일자리는 대부분 비정규직의 형태로 자리잡고, 2년이 지나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새로운 일자리를 알아봐야 하는 문제가 있지 않을까?
결국 이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이어지고, 이 불확실정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수 밖에 없다. 당장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사람이 자녀를 낳고, 어떻게 미래를 설꼐 한다는 말인가?
지금이라도 비정규직의 남용에 대해서 국가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