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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층에서 폐허로 내려왔다"…이란 미사일에 무너진 텔아비브의 밤

2025년 6월 13일 밤, 텔아비브 한복판의 고층 아파트 두 동이 이란의 미사일에 정통으로 맞았다. 수백 킬로그램에 달하는 탄두가 건물 중간을 강타하면서 콘크리트와 유리 파편이 도시를 휘덮었다. 익숙한 일상이 순식간에 전쟁터가 되었다.

로비는 폐허가 되었고, 벽돌과 유리 파편이 계단을 가득 메운 채, 주민들은 하나둘 살아남기 위해 구조대를 따라 어둠 속을 걸어 내려왔다.

 

 

 

"우리는 아이와 함께 도망쳤어요"

미사일이 건물을 강타하기 불과 몇 분 전, 한 유아는 캐릭터 잠옷을 입은 채 부모와 함께 대피소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들이 떠난 집은 직격탄을 맞고 무너졌다. 로비는 더 이상 로비가 아니었다. 구조대원들은 잔해 속을 헤치며 한 명 한 명을 찾아 나섰고, 주민들은 이름과 연락처를 남기고 순서대로 호명되었다.

 

“33층을 걸어 내려왔어요… 그래도 살아있어서 다행이죠”

33층에 거주하는 주민 나답은 반려견 샤비를 안고 대피소에서 버텼다. 그는 "집은 무사했지만, 계단을 내려오면서 본 다른 층들은 처참했다. 잔해 위를 걸었다"고 회상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구조대원들은 지금도 33층을 오르내리며 사람들을 수색하고 있다.

"건물이 흔들렸어요… 그 순간, 신이 분노한 줄 알았죠"

타리 호레시, 31층 주민은 경구용 진정제를 먹고 가까스로 침착함을 유지했다. “경보가 울리자마자 남편과 함께 대피소로 들어갔는데, 몇 분 뒤 엄청난 폭음과 함께 건물이 좌우로 흔들렸어요. 마치 전쟁 영화 속 장면 같았죠.” 그녀의 집은 연기와 파편으로 가득 찼고, 결국 구조대의 손에 이끌려 계단을 내려왔다.

 

고층 건물에 직격탄. “신의 분노” (사진: 이도 에레즈)

"우린 이스라엘에 돌아왔는데, 바로 이곳이 전장이 됐어요"

이스라엘과 튀르키예를 오가며 살던 라할리와 그녀의 남편 자키는 이번 미사일 공격을 그 누구보다도 아이러니하게 받아들였다. “튀르키예에서는 차별을 느낀 적이 없었는데, 이스라엘로 돌아오자마자 우리가 목표가 됐죠.” 경보 직후 그들은 대피소로 향했고, 곧이어 폭발이 있었다. “로비는 산산조각이 났어요. 가장 아끼던 공간이었는데요.” 부부는 여권과 옷가지를 챙겨 다시 공항으로 향했지만, 이스라엘의 영공은 이미 폐쇄되어 있었다.

“우리는 이런 공격을 경험한 적이 없습니다”

현장에 있던 이스라엘 민방위사령부 텔아비브 지구 사령관 미키 대령(예비역)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것은 이례적인 상황이며, 지금까지 경험한 어떤 미사일 공격보다 심각한 피해”라고 말했다. 그는 “탄두가 9층과 11층 사이에 떨어졌고, 수십 명이 대피소에 갇힌 채 구조되었다”고 설명했다.

민방위 지침을 따랐기에 더 큰 인명 피해는 피할 수 있었다. "실제로 피해가 가장 컸던 대피소도 다행히 사람이 없었습니다. 있었다면 살아있었을 확률도 높습니다. 그만큼 대피소는 생명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말과는 달리, 현장에 남겨진 것들은 고통뿐이었다. 파손된 구급차, 구조대를 기다리는 주민들, 쉴 새 없이 울리는 경보. 그리고 그 사이에서 불안에 떨며 대피소에 들어가는 또 다른 시민들.

피격된 구급차 (사진: 요아브 케렌)

"누가 이 전쟁을 만들었는가?"

이날 텔아비브에 떨어진 것은 단순한 미사일이 아니었다. 그것은 무모한 외교 정책의 결과물이자, 국민에게 전가된 정치적 대가였다.

네탄야후 총리는 이란의 핵 위협을 이유로 이례적인 선제공격을 감행했고, 결과적으로 이란의 보복을 불러왔다. 전쟁을 피하기 위해 전쟁을 택한다는 역설적 명분은, 지금 이 순간 무너진 건물들과 부서진 가정, 공포에 떨고 있는 아이들 앞에서 무기력하기 짝이 없다.

이스라엘은 지금, 강경한 지도자의 선택이 어떻게 자국민을 위협에 빠뜨릴 수 있는지를 뼈저리게 체감하고 있다.
그리고 그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은, 정치인이 아니라 평범한 시민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