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디바이스 AI에 대한 냉정한 현실
‘온디바이스 AI’는 인터넷을 거치지 않고 스마트폰 기기 자체에서 실행되는 인공지능 기능을 말한다. 예를 들어, 사진에서 특정 인물을 자동으로 지우거나, 음성으로 명령을 내리면 즉시 반응하는 기능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클라우드 서버에 의존하지 않아 속도가 빠르고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장점을 앞세워 애플, 삼성, 구글 등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최근 AI폰 경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이 새로운 기능에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의 관심은 '매우 제한적'
CNET이 발표한 ‘2025 스마트폰 혁신 설문조사’에 따르면, AI 기능을 위해 추가 비용을 지불하겠다는 응답은 단 3%에 불과했다. 2024년 9월 조사에서는 6%였던 수치가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또한 29%는 AI 기능이 불필요하다고 응답하며, 스마트폰에 더 많은 AI 도입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소비자들은 실제로 그 기능을 얼마나 유용하게 느끼고 있는지에 대해 점점 더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활용률은 낮고, 우려는 크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AI 이미지 생성(8%), 사진 편집(7%), 텍스트 요약(13%) 등 AI 기능을 스마트폰에서 정기적으로 사용하는 소비자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반면, 41%는 개인정보 보호가 우려돼 AI 기능 사용을 꺼리고, 20%는 사용법을 잘 몰라서 아예 시도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더불어, Pew Research 조사에서는 AI 전문가의 80%가 ‘소비자는 하루에도 여러 번 AI를 사용한다’고 생각하는 반면, 실제로 그렇게 응답한 소비자는 27%에 그쳤다. 기술 공급자와 사용자 사이의 인식 격차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AI 어시스턴트는 친숙하지만 ‘일상화’되진 못했다
아이폰의 Siri, 픽셀폰의 Gemini와 같은 AI 어시스턴트는 소비자에게 익숙한 기능이다. Siri는 61%, Gemini는 41%의 사용자 인지도를 보였지만, 이들 중 매일 해당 어시스턴트를 사용하는 비율은 10% 이하에 그쳤다.
흥미로운 점은, 아이폰 사용자의 15%는 ‘더 똑똑한 Siri’를 위해 월 구독료를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는 점이다. 이는 AI 어시스턴트가 단순 기능을 넘어 ‘경험 가치’를 제공할 경우 지불 의사가 생길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기술이 아닌 ‘맥락’이 문제다
이번 조사 결과는 단순히 기능의 고도화가 소비자 경험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AI폰’이라는 콘셉트가 과잉 포장되었거나, 소비자 일상과 맞닿아 있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소비자는 ‘혁신’보다 ‘쓸모 있는 변화’를 원한다. 제조사와 마케터는 AI 기능을 강조하기에 앞서, 이 기능이 실제 생활에서 왜 필요하고, 어떻게 쉽게 쓸 수 있는지를 설득해야 한다.
AI 기술이 대중의 일상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기 위해서는 ‘성능’이 아닌 ‘맥락’에 기반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