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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O 이름 되찾은 WBD, 브랜드 정체성의 재정비

Neandigital人 2025. 5. 16. 17:58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Warner Bros. Discovery, 이하 WBD)가 결국 방향을 틀었다. 지난해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HBO’ 명칭을 삭제하며 ‘Max’로 리브랜딩했던 결정을 뒤집고, 오는 여름부터 다시 ‘HBO Max’라는 이름을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명칭 변경을 넘어, 브랜드 정체성과 소비자 인식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운 사례로 해석된다.

 

 

이름을 잃고 정체성도 잃었다

이번 발표는 WBD의 연례 업프론트(Upfront) 행사에서 전격 공개됐다. WBD 경영진은 "Max라는 이름이 시청자에게 충분한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며, "서비스의 고유성을 증폭시킬 필요가 있다"고 인정했다. 겉으로는 '실패'라는 표현을 피했지만, 사실상 잘못된 판단을 바로잡기 위한 행보라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HBO는 오랜 시간 프리미엄 콘텐츠의 대명사로 자리 잡아 왔다. 수많은 수상 경력을 보유한 드라마와 다큐멘터리, 그리고 ‘문화적 이벤트’로 불리는 오리지널 시리즈들을 통해 ‘HBO’라는 이름은 그 자체로 콘텐츠 품질을 상징해 왔다. 그러나 2023년, WBD는 HBO와 Discovery+의 콘텐츠를 통합하며 ‘HBO’를 빼고 ‘Max’라는 일반적인 이름을 채택했다. 이 결정은 당시부터 업계 안팎의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혼란과 희석, 브랜드 관리의 실패 사례

리브랜딩의 결과는 뚜렷했다.

  • 시청자 혼란: Max는 어떤 서비스인지, HBO와 어떤 관계인지 직관적으로 알기 어려웠다.
  • 프리미엄 이미지 훼손: HBO가 가진 문화적 상징성과 고급 이미지가 사라졌고, 콘텐츠에 대한 기대감도 낮아졌다.
  • 비판 여론: 업계와 미디어, 심지어 소비자들까지 소셜미디어에서 조롱 섞인 반응을 보이며 '브랜드 자해 사례'로 회자됐다.

테크 전문매체 The Verge는 이를 “기억에 남을 만큼 어설픈 브랜드 피벗 사례 중 하나”라고 평가했고, 여러 전문가들은 “가장 가치 있는 브랜드 자산을 스스로 포기한 결정”이라 비판했다.

 

광고주들은 남았지만... 신뢰는 흔들렸다

흥미롭게도, 브랜드 혼선에도 불구하고 광고주는 이탈하지 않았다. 콘텐츠 퀄리티에 대한 기대와 HBO가 축적해온 노하우 덕분이다. eMarketer에 따르면 Max의 미국 광고 수익은 2023년 4.1억 달러에서 2027년 8억 달러로 두 배 가까이 성장할 전망이다.

그러나 명확하지 않은 브랜드는 결국 방향성에 대한 의문을 낳는다. HBO라는 이름이 가져다주는 상징적 가치와 신뢰를 고려할 때, 이번 되돌이표는 ‘소비자 통찰에 기반한 결정’이라는 포장보다 ‘브랜드 정체성의 복구 작업’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에디터의 시각: 브랜드는 소비자의 기억 속에 있다

‘HBO’는 단순한 이름이 아니다. 이는 탁월함, 문화적 존재감, 약속된 시청 경험을 의미한다. 반면 ‘Max’는 아무 의미도 없는, 누구나 쓸 수 있는 일반명사에 불과했다. 소비자는 이러한 미묘하지만 결정적인 차이를 정확히 인식하고 있었다.

이번 결정은 마케팅 업계에 중요한 교훈을 남긴다. 강력한 브랜드 자산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실수를 피하고, 무엇보다 소비자와의 약속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점이다. 결국 브랜드란, 소비자가 어떻게 기억하느냐에 달려 있다.